동그라미가 되고 싶었던 세모

옛날 옛적에 세모와 동그라미가 살았습니다.

둘은 언덕에서 구르는 시합을 자주 했는데

동그라미가 세모보다 늘 빨리 내려갔습니다.

 

세모는 동그라미가 부러웠습니다.

그래서 달라지기로 했습니다.

동그라미를 이기기 위해

언덕에서 끊임없이 구르고 또 굴렀습니다.

 

어느새 세모의 모서리는 둥글게 다듬어졌습니다.

이제 동그라미와 비슷한 빠르기로

언덕길을 내려갈 수 있게 됐습니다.

 

하지만 천천히 구를 때 잘 보이던

언덕 주변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고,

구르는 일을 쉽게 멈출 수도 없었습니다.

 

세모는 열심히 구른 시간이 아까웠습니다.

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.

 

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.

겉모습이 거의 동그라미로 변해버렸기 때문에

두 번 다시 세모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.

 

이기주, ‘언어의 온도’ , p.234~23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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